운동하면서 업무 집중력이 달라졌을까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운동이 몸에 좋다는 건 누구나 알지만, 그게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의 ‘질’까지 바꿔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운동은 운동이고, 일은 일이라고 여겼습니다.
가장 먼저 달라진 건 ‘오전’이었습니다
그런데 몇 달을 꾸준히 움직여보니, 가장 먼저 달라진 건 의외로 ‘오전’이었습니다. 예전엔 출근하고 첫 한 시간쯤은 거의 멍하니 흘려보냈어요. 메일함을 열었다 닫고, 의미 없이 인터넷 창을 띄웠다 줄이고, 커피를 한 잔 마셔도 머리에 시동이 걸리지 않았죠. 그렇게 워밍업이랍시고 흘려보낸 시간이 사실은 가장 아까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30분만 걷거나 가볍게 뛰고 오면, 자리에 앉자마자 일이 손에 잡혔습니다. 미리 예열해 둔 자동차에 올라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같은 8시간을 일해도 시작점이 달라지니, 하루 전체가 달라졌습니다.
막힐 땐 붙들기보다, 일단 걸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날이 있습니다. 도무지 풀리지 않던 문제 하나를 며칠째 붙들고 있었는데, 그날따라 답답함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 한참을 걸었어요. 별다른 기대도 없이 그냥 걸었습니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책상 앞에서 몇 시간을 노려봐도 안 보이던 실마리가 불쑥 떠올랐습니다. 머리를 비우려고 나갔는데, 오히려 그 빈 공간으로 답이 들어온 셈이죠. 그 뒤로 저는 막힐 때 더 붙들고 있기보다, 일단 일어나서 걷는 쪽을 택하게 됐습니다.
특히, 컴퓨터 앞에 앉아있을 때는 시간은 잘 흘러가는데 문제는 해결되지 않더군요. 컴퓨터가 사고를 뺏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깊이보다 ‘버티는 힘’이 늘었습니다
두 번째로 달라진 건 ‘버티는 힘’이었습니다. 우리는 보통 집중력을 ‘얼마나 깊게 파고드느냐’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막상 일을 해보면, 더 중요한 건 ‘얼마나 오래 흐트러지지 않고 머무느냐’더라고요.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 오후 세 시쯤 어김없이 찾아오던 그 무기력한 구간이 눈에 띄게 짧아졌습니다. 졸음이 밀려와도 예전처럼 그대로 가라앉지 않고, 한 번 더 끌어올릴 여력이 생겼습니다.
운동은 집중을 ‘만든다’기보다 ‘치워준다’
물론 매일이 그렇진 않습니다. 전날 무리한 날엔 오히려 몸이 무거워 더 처지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운동만 하면 무조건 집중이 잘 된다’고 단정하지는 않으려 합니다. 운동은 만능 스위치가 아니니까요.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해졌습니다. 운동은 집중력을 직접 끌어올린다기보다, 집중을 방해하던 것들을 치워주는 일에 가까웠습니다. 머릿속을 떠다니던 잡생각, 이유를 알 수 없는 답답함, 사소한 짜증 같은 것들. 몸을 한 번 움직이고 나면 그런 것들이 한 단계 가라앉았고, 비워진 그 자리에 자연스럽게 일이 들어왔습니다. 책상을 한 번 정리하고 나면 비로소 일할 마음이 생기는 것과 비슷했습니다.
누군가 제게 “운동할 시간이 어디 있냐”고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답할 것 같습니다. “집중 못 하고 멍하니 흘려보내는 시간을 줄이려고, 그 시간을 운동에 미리 떼어두는 거예요.” 결국 운동에 쓰는 30분이, 흐트러진 채 날려버리던 두세 시간을 되찾아준 셈이니까요.
거창한 결심은 필요 없었습니다
거창한 결심은 필요 없었습니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오르고, 점심을 먹고 나면 10분쯤 동네를 걷는 것. 헬스장 회원권을 끊고 매일 한 시간씩 운동하겠다는 다짐이 아니라, 그저 의자에서 자주 일어나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그 작고 시시한 움직임들이 쌓여, 일하는 머리의 컨디션을 조금씩 바꿔놓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더 똑똑해진 게 아니라, 같은 머리를 더 좋은 상태로 쓰게 된 것뿐이었습니다. 집중력은 의지로 쥐어짜는 게 아니라, 몸이라는 토대 위에서 천천히 자라는 것이었습니다. 오늘 일이 유독 손에 안 잡힌다면, 책상 앞에서 더 버티기보다 잠깐 밖으로 나가 걸어보는 건 어떨까요.
<참고>